대체역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소설 비명을 찾아서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제 식민지와 독립운동에 대한 많은 컨텐츠가 발달되었는데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입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대체역사라는 새로운 장르의 소설을 집필한 복거일 작가는 ‘비명을 찾아서’라는 소설로 당시 큰 이슈가 되었는데요. ‘일본제국의 승리, 나치 독일의 패배’라는 테마가 의미하듯 당신들의 조국과는 정반대의 대체역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조선인 자객 안중근이 일본 추밀원 공작이자 전 대한제국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을 시도했으나 부상만을 입혀 실패한다는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기노시다 히데요라는 40세의 조선인으로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하고 일본군에서 갑종간부후보생으로 장교로 3년 복무하다 소위로 제대하여 거대 재벌 노구치 그룹산하의 한도우 경금속 주식회사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시집도 낸 무명의 시인입니다.
조선에서는 엘리트에 속하는 지식인이던 히데요는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인이 내지인에 비해 차별받는 것을 부당하게 여기지만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없기에 묵묵히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처남이 일본에서 가져온 금서인 사노 히사이찌 교수의 ‘독사수필’에서 옛날 동학란 때문에 조선 정부가 청과 일본에 출병을 부탁했다는 대목을 읽고는 조선에 독자적인 정부가 없었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마침 세이슈우의 큰아버지 댁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큰 아버지로부터 죽산 박씨 가문의 족보를 보게 되며 신라, 백제, 고구려, 조선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역사책처럼 조선인은 스사노오의 자손이며 수천 년전 일본의 징고우 황후가 조선을 정복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게 됩니다. 조선이 일본과는 전혀 다른 나라이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였다는 것을 알게 된 히데요는 집으로 오던 길에 세이슈우의 고서점에 들렀다가 조선 고시가선이라는 책을 구입하여 돌아오고 그 책에 실린 시들을 읽고 각성하게 됩니다.
회사에서 내지로 출장을 떠난 히데요는 교토 제국 대학 도서관에서 삼국유사, 삼국사기와 같은 조선의 옛 역사책들을 찾아내어 그것을 복사해 조선으로 돌아왔지만 그 사이 일본에서 일어난 쿠데타로 독사독재정권이 수립된 이후로 강화된 보안검색 탓에 가네우라 공항에서 입국 도중 발각되어 경찰에 체포됩니다. 그는 경찰에서 고문과 심문을 번가아 받으며 옥살이를 하게 됩니다. 히데요는 간신히 풀려나게 된 직후 겨울 여행을 다녀오면서 조선 독립의 필연적인 이유를 깨닫게 되고 언젠가 올 독립의 그 날을 위하여 다음 사람이 올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 먹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으며 그의 아내가 자신의 석방을 위하여 일본 제일의 정보 기관인 국가보안처의 소좌인 이웃집 남자 오아끼에게 몸을 허락한 것을 알게 됩니다. 히데요는 가족을 참고 묻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내의 생일 그가 직접 초청한 아오끼가 술에 취해 자신의 중학생 딸 게이꼬를 성추행하는 꼴을 보고 참지 못하여 그를 교살하고 맙니다. 결국 히데요는 집을 나와 상해 자유시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 몇해가 걸릴지 모르는 길을 나섭니다.
이 소설을 집필한 복거일 작가는 1946년 3월 20일 충청남도 아산시에서 태어난 미군 기지촌에서 자랐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을 씁니다.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상학과를 1964년에 입학하여 1968년에 졸업하였으며 60년대말 최전방에서 포병부대 관측장교로 복무하며 북한군과 교전을 체험하였고 사회로 나와서는 무역회사, 은행, 선박회사 등 16년간 직장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그의 작품속에 녹였으며 1983년 창작에 전념하기로 늦깍이로 문단에 발을 들여 1987년 비명을 찾아서, 역사 속의 나그네, 피란 달 아래 등 새로운 장르의 소설을 집필하였습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논객활동에 전념한 탓에 소설가로 언급되기 보다는 경제, 시사 평론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2014년에는 2년 반째 간암 투병중이라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소설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치료를 거부한 것이지만 죽음을 상당히 덤덤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복거일 작가의 소설의 특징은 부녀관계가 강조된다는 점입니다.
비명을 찾아서처럼 주인공이 딸을 위해서 살인을 하거나 애틋함의 로마의 단편인 서울 2029년 겨울은 정자은행에서 받은 정자로 태어난 딸이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찾으러 가거나 꿈꾸는 지놈의 노래에서는 고대인의 복제인 딸을 키우는 생물학자가 출연합니다. 숨은 나라의 병아리 마법사의 주인공에게는 아버지만 있으며 내몸 앞의 삶 역시 주인공이 딸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장면이 포함됩니다.
그의 비명을 찾아서는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내용의 기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복거일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꼭 나이가 많다고 새로운 도전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는 16년간이나 직장생활을 영위하였지만 이후 소설가로 크게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못합니다. 하지만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으로써 이름을 남기고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이 일반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살아있을때 작품이 알려지고 보상을 받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평생을 받치고도 알려지지 않는 무명의 작가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댓글